길었던 돌고 도는 추적은 끝이 났고, 두 사람의 사이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에릭은 다시 전처럼 트찰라를 멀리했다. 단순히 멀리한 정도가 아니라 그를 피하기에 급급했다. 에릭은 혹시라도 우연히 트찰라를 만나면 역겨운 생각이 다시 치밀까 두려웠다. 더 두려운 것은 제가 그 역겨운 감정을 역겹다고 느끼지도 못할까 하는 것이었다. 에릭은 매일 제 마음을 다잡...
어린 트찰라는 참 귀여웠는데, 쟤는 어쩌다 저렇게 재미없는 어른으로 자랐을까. 에릭은 턱을 괴고 트찰라를 노려보았다. 그 시선이 부담스러운지 트찰라도 이따금 에릭 쪽을 흘긋 보긴 했지만 별다른 말은 없었다. 하지 말라는 말도 없었기에 에릭은 더 노골적으로 트찰라를 바라보았다. 아이들이 갖는 힘은 강력하다. 그 이미지라던가, 뿜어져 나오는 기운. 그리고 그것...
“은자다카,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는 거니?” 걱정이 가득 담긴 목소리에 에릭은 그제야 제가 트찰라만 바라보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트찰라는 보고 있던 화면을 옆으로 치워버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에릭도 덩달아 소파에서 일어났다. “뭐.” 방어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자 웃음이 비집고 나오는 것이 보였다. 에릭은 그 낯선 모습이 신기해서 트찰라가 제게 다가오는 것...
눈을 뜨기도 전부터 에릭은 뭔가 낯설었다. 품에서 느껴지는 온기. 익숙하지만, 분명 제 방의 것과는 다른 향. 에릭은 잔뜩 긴장한 채로 천천히 눈을 떠 주변을 살피고 놀라서 소리를 지를 뻔했다. 대신 그는 침착하게 제 품에 안겨 잠든, 심지어 나신인 트찰라로부터 최대한 조심히 떨어졌다. 마찬가지로 나신인 제 몸에 얇은 이불을 두르고 나서야 그가 잠에서 깨지...
낮 동안 시원한 새파란 색을 자랑하던 바다는 수평선 너머로 넘어가는 태양으로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금빛으로 넘실거리는 파도는 해변에 닿자 잘게 부서졌다. 와칸다의 노을 못지않게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트찰라는 조용히 먼 바다를 응시했다. 먼바다의 깊은 곳에 묻혀있을 과거의 존재가 파도와 함께 밀려왔다. 와칸다인이되 와칸다인이 아니었던. 먼 옛날 억압 대신 ...
눈앞에 내민 하얀 봉투에, 프로그램을 돌리고 있던 소냐가 고개를 들었다. 보기 드문 초대장 모양의 봉투에 인장까지 찍혀있는 것이 고급스러웠다. 신기해서 가만히 보고 있자 그녀의 교수는 채근하듯 봉투를 더 가까이 내밀었다. 소냐는 살짝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며 봉투를 건네받았다. “뭐예요, 교수님?” “청첩장.” “아, 누구 결혼하세요? 스케줄표에 적어둘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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